구멍청|백희나 글·그림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함께 읽어 왔습니다.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처럼 어릴 때 읽었던 책부터 <구름빵>, <이상한 엄마>, <달 샤베트>, <나는 개다> 등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계속 읽고 있어 신간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구입하게 됩니다. <구멍청>도 2026년 5월 출간 소식을 보고 바로 구입해 아이와 함께 읽었습니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구멍청이 무슨 뜻일까?’ 하는 궁금증부터 생겼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달토끼들이 만든 특별한 한 그릇이 왜 ‘구멍청’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알게 됩니다.

마침 이 글을 준비하던 중 <구멍청>이 ‘2026 대한민국 그림책상’ 특별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에 선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직접 읽어본 <구멍청>의 이야기와 실제 책의 모습, 책 뒤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구성까지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구멍청 기본정보

구분내용
책 제목구멍청
글·그림백희나
출판사스토리보울
출간일2026년 5월 1일
분량60쪽
형태양장
대상 연령모든 연령·유아/어린이

백희나 작가가 2026년에 선보인 그림책으로, 달토끼 식당을 찾아온 작은 곰돌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백희나 구멍청 책 표지

표지에는 식당 테이블 앞에 혼자 앉아 있는 작은 곰돌이가 등장합니다.
머리 위로 노란 조명이 비치고 테이블 위에는 작은 잔과 그릇들이 놓여 있어, 책을 읽기 전부터 곰돌이가 어떤 곳에 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구멍청은 어떤 이야기일까?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깊은 산속 어딘가에서 달토끼 식당이 문을 엽니다.

아무 때나 문을 여는 식당은 아닙니다.
달토끼들이 제대로 된 요리를 완성했을 때에만 손님을 맞이하는 특별한 식당입니다.

어느 날 달토끼들은 깊은 산속에서 ‘자연산 구멍’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구멍을 여드레 밤낮 동안 정성껏 달여 마침내 ‘구멍청’을 완성합니다.

이름부터 백희나 작가의 이야기답게 엉뚱합니다.
구멍을 발견하고, 그걸 가져와 달이고, 결국 한 그릇의 음식으로 만들어 낸다는 설정만으로도 다음 장면이 궁금해집니다.

달토끼들이 첫 손님을 기다리던 늦은 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몸집이 작은 곰돌이입니다.

백희나 구멍청 달토끼 식당 내지

<구멍청> 중에서 · 백희나 글·그림 · 스토리보울

곰돌이는 털이 엉켜 있고 꽤 지쳐 보입니다. 아기 주인을 돌보느라 오랫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모습입니다.

누군가를 돌보느라 자기 자신을 돌아볼 틈이 없었던 곰돌이에게 달토끼 식당은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곳이 됩니다.

처음에는 ‘구멍청’이라는 재미있는 이름과 달토끼 식당이라는 신기한 공간을 따라 읽게 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책에서 말하는 ‘구멍’이 무엇인지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구멍청>은 마음속에 생긴 구멍을 정성껏 달여 만든 특별한 한 그릇을 통해, 지친 마음에 거창한 해결책보다 작은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실제 책으로 읽어보니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은 글을 읽는 것만큼 그림 속 장면 하나하나를 천천히 살펴보는 재미가 큽니다.

이 책은 표지부터 달토끼 식당의 내부, 곰돌이의 표정과 작은 소품까지 정말 디테일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손으로 만든 인형과 공간을 촬영해 장면을 완성하는 백희나 작가 특유의 작업 방식도 이번 책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백희나 구멍청 곰돌이 내지

<구멍청> 중에서 · 백희나 글·그림 · 스토리보울

곰돌이의 표정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 식당에 들어왔을 때의 지친 모습부터 이야기가 진행된 뒤의 표정까지, 말을 하지 않아도 곰돌이의 상태가 장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달토끼 식당도 조명과 그릇, 병, 조리도구 같은 작은 소품들이 실제 식당처럼 놓여 있고, 어두운 밤과 식당 안의 노란 불빛이 대비되어 공간 전체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책 뒤쪽에는 부록처럼 펼쳐볼 수 있는 ‘구멍청 비법서’와 ‘요리 채집도’가 붙어 있습니다.

백희나 구멍청 구멍청 비법서 요리 채집도 부록

<구멍청> 중에서 · 백희나 글·그림 · 스토리보울

손으로 직접 적어둔 기록처럼 만들어져 있어 달토끼들이 어떤 재료를 찾아다니고 어떻게 구멍청을 만들었는지 하나씩 살펴볼 수 있습니다. 보다 보면 이 재료들을 찾아 나도 구멍청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본문에서 등장한 ‘구멍청’의 설정이 이 부록까지 이어져 있어, 이야기를 다 읽은 뒤에도 책 속 세계를 조금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어른이 함께 읽어도 좋은 그림책

이 책은 아이가 읽기에도 재미있는 상상으로 가득한 그림책이지만, 어른에게도 오래 남는 내용이 많습니다.

달토끼가 구멍을 찾아 요리한다는 설정이나 달토끼 식당의 모습은 아이에게는 신기한 상상의 세계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곰돌이가 왜 그 식당을 찾아왔는지, 지쳐 있는 곰돌이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어른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와닿습니다.

곰돌이는 아기를 돌보느라 지쳐 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서 돌보는 일이지만, 계속 누군가를 챙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마음은 뒤로 밀려날 수도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늘 아이를 먼저 생각하고, 밥을 챙기고 재우고 필요한 것을 살피다 보면 정작 자신의 피곤함이나 마음은 나중으로 미루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친 모습으로 달토끼 식당을 찾아온 곰돌이가 아이를 돌보는 나와 같은 어머니들의 모습과도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습니다.

달토끼들이 곰돌이에게 건네는 한 그릇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으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든 문제가 사라지거나 갑자기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저 지친 존재가 잠시 앉아 숨을 고르고, 정성껏 준비한 것을 한 그릇 받아드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공식 소개에서도 이 책은 ‘거창한 해결책’보다 지친 존재에게 작은 해소를 건네는 이야기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었지만, 책을 덮고 난 뒤에는 오히려 제가 더 오래 생각하게 된 책이었습니다.

달토끼가 구멍을 찾아 음식으로 만든다는 엉뚱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어른에게는 곰돌이가 왜 그렇게 지쳐 있었는지, 그리고 잠시 쉬어갈 시간이 왜 필요한지가 더 오래 남습니다.


마지막 페이지 · Dear. PaperNest

누군가를 돌보느라 지친 곰돌이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바꾸는 특별한 해결책이 아니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달토끼들이 정성껏 준비한 한 그릇을 받아든 곰돌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에 생긴 구멍을 꼭 없애야 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와 같은 책을 읽으면서도 서로 다른 부분을 바라보게 된다는 점에서, <구멍청>은 함께 읽고 나서도 한동안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곰돌이가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을 따라 읽다 보니, 그 곁에서 함께 쉬어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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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직접 경험한 내용과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정보는 작성 이후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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